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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
ISBN 979-11-9655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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쎗쎗쎗, 서로의 데드라인이 되어
160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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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운, 구슬, 도티끌
"누가 쓰라고 시킨 적은 없지만, 서로가 서로의 데드라인이 되어 꾸준히 쓸 수 있었다."
세 살씩 터울이 나는 세 명의 여성이 쎄쎄쎄 하듯 즐겁게 쓰고 나눈 24편의 에세이

배서운, 구슬, 도티끌 세 사람은 한 서점의 글쓰기 워크숍에서 만난 후, ‘쎗쎗쎗’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목요일마다 글을 제출하고 감상을 나눠왔다. 가족, 친구,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글을 나누면서 자신의 글에 소극적이어질 때마다 장대비 같은 칭찬 세례로 서로를 북돋아주었다. 이 책은 쓰기라는 공통의 행위로 다져진 돈독함이자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기어이 써내게 만들던 살가움, 글 너머 각자의 삶에 보내는 열렬한 응원의 집합체이다. 24편의 에세이와 코멘트, 셀프 인터뷰까지 다채로운 구성으로 그 시간들을 펼쳐 보인다. 이 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 역시 무엇이라도 쓰고 싶어질 것이다.

📚

어릴 때 나는

여드름, 물기어린 아침, 팔꿈치 그리고 빨래의 음악

블랙 콧물

청소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토마스 제퍼슨

엘리베이터 거울 속의 나와 내 머릿속의 호랑이 또는 하이에나

계암 선생께

Save the Date

회사와 퇴사

점점 나아질 2018년을 기대하며

산책 / 나를 사랑할 때

어느 청음회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이후, 블로그와 SNS 기록들

정세랑 〈웨딩드레스 44〉를 읽으며 생각한 나의 결혼

일탈의 기억

산책자의 시선

어지르고 치우고

내가 본 바다

혼자력

프로딸꾹러

도무지 괜찮아지지 않는 것

꽃을 먹고 자랐다

🔎

블랙 콧물, 그러니까 검정색 콧물을 흘려본 적 있는가. 짧은 2년의 경제활동 동안 나는 두 번의 블랙 콧물을 풀었다. 첫 번째는 인턴의 신분으로 입사해 뭘 해야 할지 눈치를 보던 당시였다. 사무실에는 원형 테이블이 있었는데 가끔 회의도 하고 앉아서 수공업도 하는 공용 테이블이었다. 하루는 오너가 출근을 하면서 구급상자 크기의 수납 상자를 그 테이블 위에 두고 본인 사무실로 쏙 사라졌다. 나는 그 상자를 잘 알고 있었다.

_24쪽, 「블랙 콧물」 중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고 바꿔보자고 하는 것.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그런 것들을 하려 하면 코웃음치며 "자기 아직 나이브하구나" 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앞으로 똑 똑 부러져 꺾일 일만 남은 네 신념의 미래야 안 봐도 빤하지만 우선 지금은 우습게 귀엽다'는 식인데, 내가 앞으로 너무 많은 무관심의 고개를 넘다가 발목을 접질려 주저않아 결국 마인드가 오염되어 신념을 잃고 머리카락도 다 잃고 무관심과 무기력한 회의감에 굴복할망정 지금 내가 나이브한 게 아니다.

_40쪽, 「일회용 플락스틱 컵과 토마스 제퍼슨」 중

 

9년 전, 내가 처음 들었던 9와 숫자들 노래는 <그리움의 숲>이었다. 첫 부분을 들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목소리일까?' 하고 생각했다. 9와 숫자들은 9년 동안 변함없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슬프고 즐겁고 어둡고 웅장하고 사랑스럽고 귀엽다. 다양한 색깔의 노래들을 다 소화해낸다. 공연을 들을 땐 그 울림이 더 커서 언제나 감동이다.

_81쪽, 「어느 청음회에서」 중

 

누구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아픔에 대해서, 그리고 부모님이든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에 대해서. 사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호기심 어린 눈길로, 저 사람은 곧 죽을 거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고.... 우리나라에 암 환자가 많은데, 그에 비해서 암에 대해 말하는 게 너무 적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내 경험을 생생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와 용기가 생긴 느낌이 들었다. 아픈 사람들에게도, 아픈 사람들의 가까운 이들에게도 언어가 필요하다. 

_96쪽, 「그 이후, 블로그와 SNS 기록들」 중

 

새하얀 털로 뒤덮인 조그만 게 아장아장 걸어오는 모습이란! 그 새까맣고 동그란 눈이며 기분 좋은 입꼬리며 하여간 진짜 귀엽다. 개들은 총총 걷다가 별안간 풀에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으며 한 발을 들고 찍 오줌을 싼다. 그리곤 다시 경쾌하게 걷다가 앞의 행동을 반복한다.

_112쪽, 「산책자의 시선」 중

많은 꽃을 보고 자랐다. 사람들은 꽃을 두고 예쁘다고 하지만 나는 꽃이 예쁜 건지, 어디가 예쁜 건지 잘 몰랐고, 그저 생활의 일부일 뿐이었다. 꽃은 흙이자 밥, 옷이자 집이었다. 나는 꽃을 먹고 자랐다.

_144쪽, 「꽃을 먹고 자랐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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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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