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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8
ISBN 979-11-9655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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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128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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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티끌

좋은 건 못 말리게 좋아하고 싫은 건 잘 참지 못하는,
감정의 역치가 낮은 사람의 어떤 하루.

마음이나 생각, 시선 같은 것들은 왜 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부유하는지. 나의 그것들은 물기 있는 찰흙 같아서 주무를 때마다 조금씩 모양이 달라진다. 어떤 날은 마음에 쏙 들게 동글동글하고, 어떤 날은 잔뜩 화가 나서 마구 찌그러져 있다. 매일 다른 모양을 빚으며 산다. 매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감정을 품고, 다른 시선을 가지면서, 그렇게 매일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개인의 소소한 서사는 결국 독자의 어떤 순간을 소환하고, ‘나’였지만 희미해진 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였는데 지나고 나면 나였을까 하는 순간들을 담은 글이다.

📚

1부 물음표다운 물음표
결혼식에서
변하지 않고 처음과 같은 게 있을까?

물음표다운 물음표
미안해서 아는 척하지 못한 날
손잡이와 트라우마
친척이란 이름의 곡괭이
‘아’ 다르고 ‘어’ 다르고

고성

2부 웃을 수만은 없는
모플렉스(毛-Plex)
닮은 얼굴
어덕행덕의 길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메뉴 선택
환자의 나날
수면의 과학
꿈 이야기

3부 책의 언저리에서
시의 언어로 먼지를 털어내고
쓰는 사람은 써야 해요.
마음에 남은
고마운 책방
책이 되는 글
공항에서
눈치 보는 글쓰기

마치며

🔎

금방이라도 죽을 듯하다가도 죽으면 안 돼, 간절한 마음으로 물을 주면 금세 줄기를 꼿꼿이 세웠다. 전처럼 자주 바라보지 않아도 잎을 만져주지 않아도 스파트는 꿋꿋하게 살았다. 처음에는 그 꿋꿋함이 애정을 불러일으켰는데, 이제는 같은 이유로 이 식물의 존재를 잊어갔다.
_16쪽 <변하지 않고 처음과 같은 게 있을까?> 중

별거 아닌 말을 계속 곱씹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동안 내게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부재했음을 깨달았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마침표로 끝낸 일상의 문장들은 마음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 줄도 몰랐다. 불쑥 찾아온 물음표다운 물음표는 도끼가 되어 머릿속 단단한 빙하 한구석을 찍어내렸다. 어딘가 균열이 생긴 것 같다. 도끼가 더 필요할 것 같다.
_28쪽 <물음표다운 물음표> 중

그들은 그 너무도 분명한 차이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그저 예민하다고 간단히 규정짓는다. 어차피 같은 말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유별나다면서. 그러나 내게는 그 모든 말이 같은 말이 아니기에, 다른 색채와 경도를 지닌 개별적인 물체이기에 괴롭다. ‘아‘와 ‘어‘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는가. 그것은 ‘깜찍‘과 ‘끔찍‘의 차이보다 끔찍한 차이다. 사람들이 ‘아‘와 ‘어‘를 신경 써서 말하면 좋겠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지어다!

_41쪽 <'아' 다르고 '어' 다르고>

잊고 살았다. 잊고 살았어도 마음 어딘가에는 또렷이 새겨져 있는 기억. 돌 위에 새겨져 있는 기억. 먼지가 쌓여도 사라지지 않을. 시의 언어로 먼지를 털어내고 오랜만에 그때를 마주했다. 슬프지만 많이 슬프지는 않고 다만 그립다. 나의 그루터기가 있던 그때 그곳이.
_103쪽 <시의 언어로 먼지를 털어내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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